두번 째 리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가 작년 여름 이였는데, 나에겐 어려운 책이였다. 정확하게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였다. 매 단락마다 쉽게 넘어갈수 없는 생각들이 많았다. 한 페이지를 읽고 나면 한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다 읽고 나서는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해 체한 채였다. 책 리뷰도 작성해보고 팀에 적용해보려고 해봤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 탓을 하다가, 팀을 탓하다가 그러다 탓할 것이 나만 남아서 퇴사를 결정했다.
‘이와타씨라면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으로 나 대신 회사가 믿을 수 있는 경험 많은 시니어가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을 조금 못 채운채 나는 네카라쿠배만큼 좋은 팀을 만들겠다던 말을 남겨두고 도망쳤다.
쓰여진 책.
이번 리뷰가 이 책의 두번째 리뷰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경영 전략 혹은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리뷰를 했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고향에 내려 가는 길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여유롭게, 부담없이 책을 읽으니 다르게 읽혔다.
이 책은 이와타씨가 쓴 책이 아니다. 호보닛칸이토이신문에서 이와타씨의 생전의 말을 담은 책이다. 이와타씨의 성공 비결을 공유하고자 쓴 책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 곳곳에서 이와타씨를 그리워 한다. 이와타씨가 단순히 성공한 CEO였으면 이 책은 다르게 쓰였을 지도 모른다. 혹은 안 쓰였을지도 모른다. 이와타씨가 좋은 사람이어서 이렇게 쓰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리워서 책으로 쓰여질 만큼 좋은 사람의 인생을 본다 생각하며 읽었다.
좋은 사람.
이번이 첫 회사였고 많은 게 서툴렀다. 후회되는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동료와 작별인사를 할 때이다. 떠나보내면서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요?’ 라고 말한 것 같은데 좀 더 잘 말할 수 있었을텐데.
개발자로써 사회인으로써 나는 신입이였고, 동료들은 모두 나에게 첫 멘토였다. 개발자로써도 다들 훌륭하셨지만 그것보다 다들 좋은 어른이였다. 그때 아마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잘 하는 법, 하나하나 다시 배웠을 것이다.
그러니 헤어지는 날 ‘저한테 있어 좋은 어른이었습니다.’ 라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와타 사토루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야모토 시게루나 이토이 시게사토가 이와타 사토루를 보며 하는 말들에서 느껴진다. “모두의 행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 이나 “상사나 부하가 아니라 역시 친구였습니다.” 라는 첫 한마디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에 천재성에 놀라지만 존경을 담은 말은 그의 인간으로써의 성숙함을 회상한 뒤에 나타난다. “전 직원과의 면담”도 마찬가지이다. 몇 번이나 이 책에서 강조되지만, 그것이 뛰어난 경영전략이라서 그런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명의 팀원도 포기 하지 않는 모습이 닮고 싶었을 뿐이였다. 방법보다 그의 어른스러운 태도에 와닿았다. 신중한 태도도, 사고 방식도 좋은 어른이라 느껴져서 좋았다.
좋은 사람과 일하는 것은 즐겁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고 싶고, 기대에 더 부응하고 싶고, 함께 만드는 서비스일수록 애정이 간다.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 힘낼 수 있다. 그러다 이 사람이 떠나더라도 조직이 원한다면 이 사람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와타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회사는 제대로 돌아갑니다. 말이나 시스템으로 여러 가지를 남겨준 덕분에 젊은 이들이 생기 넘치게 일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제 이 문장이 조금 와닿는다. 결국 회사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규칙이나 계산으로는 할 수 없는 논리적이지 않은 것들 천지이다. 그리고 좋은 어른들은 쉽게 이런 것들을 움직이는 것 같다.
나한테 잘 해주는 사람.
좋은 사람은 “나한테 잘 해주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내 말을 들어 주는 사람, 내가 필요한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내 미래를 같이 생각해주는 사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내 편이라는게 중요한게 아닐까? 이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회사에서 “모두의 편”이 되는 포지션은 끔찍한 위치이다. 유저와 경영진의 편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편이라니.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힘들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다. 이와타씨는 어땠을까. 지금도 참 어렵다.
설득력 있는 사람.
나는 양 쪽 모두의 편이 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은 나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잘 해주는 것도 뭐가 있어야 잘해줄수 있는 거지. 더 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아등바등 팔만 휘휘 젓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팀원이 걱정해야 하는 것 이상의 일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말해주셨지만, 나는 그로써 퇴사를 결심했다. 책을 다시 읽으며 왜 퇴사하는 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다 같이 잘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와타씨는 내내 본인의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한다. 엔지니어로써 중요한 역량이라 생각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왜 빠른지, 왜 좋은지, 왜 이것이여야만 하는지 나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분간 이와타씨의 말을 옆에 두고 풀릴 때 까지 쌓아둔 문제를 증명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마치며.
“사물은 끝가지 파고들다 보면 점점 단순해집니다.” 머리 속을 둥둥 떠나니는 문장 중 하나다. 자신 있는 것은 “왜 그런가”에 대해서 그 이유가 단순 했고, 그러지 않은 것들은 어려운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 되곤 한다.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끝까지 파고들어 보자. 그래서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을 때는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2년 전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좋은 목표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고, 첫 회사가 이 곳이라 정말 다행이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위포트팀 감사합니다.